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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와 역사] ‘황제의 차’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공동 창업자 찰스 롤스. 제공 : BMW코리아

‘영국 왕실의 차, 황제의 차, 달리는 별장….’ 세계 최고의 명차로 꼽히는 롤스로이스(Rolls-Royce)를 대변하는 수식어들이다. 보닛 위의 ‘플라잉 레이디(Flying Lady)’로 잘 알려진 ‘환희의 여신상(Spirit of Ecstasy)’,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 등은 롤스로이스의 상징이 됐다.

또 ‘시속 130㎞ 이상의 속도로 달려도 차 안에서는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만 들린다’는 일화가 전해질 만큼 놀라운 정숙성과 편안함은 롤스로이스의 또다른 자랑거리다. 특히 롤스로이스의 자부심이 된 최고급 가죽재로 마감된 내장제는 영국 남부에 위치한 굿우드(Goodwood) 공장에서 전량 수제로 제작된다.

찰스 롤스·프레드릭 헨리 로이스가 의기투합해 1906년 설립


롤스로이스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 제공 : BMW코리아

롤스로이스의 역사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 귀족 집안 출신의 레이서 겸 자동차 딜러인 찰스 롤스(Charles Rolls)와 가난한 제분업자의 아들로 태어나 전구용 필라멘트를 만드는 회사(초창기에는 발전기와 전기 도르래를 생산했다)를 운영하던 프레드릭 헨리 로이스(Frederick Henry Royce)가 그들이다.


1907년 롤스로이스의 첫 작품인 ‘실버 고스트’. 제공 : BMW코리아

 

1904년 롤스는 판매하기 좋은 ‘괜찮은 차’를 찾고 있었다. 그러던 중 2기통 10마력 엔진을 장착한 로이스의 차를 발견했다. 이 차가 마음에 쏙 들었던 그는 로이스 자동차 판매만 전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결국 두 사람은 1906년 롤스로이스를 설립하고 이듬해 세계 최고의 차로 인정받게 되는 자신들의 첫 작품 ‘실버 고스트(Silver Ghost)’를 내놓았다. ‘은빛 유령’이라는 이름을 얻은 실버 고스트는 1925년까지 총 7870대가 생산됐으며 지금도 ‘세계 최고의 자동차’로 인정받는 모델이다.

실버 고스트로 롤스로이스의 명성이 치솟던 1910년 모험심이 많았던 롤스는 라이트 형제(Wright brothers)가 만든 최초의 비행기를 샀다. 그 해 6월 처음으로 도버해협의 왕복비행에 성공한 그는 그러나 한 달 후 시범 비행을 하다 추락해 숨졌다. 공교롭게도 라이트 형제가 최초로 만든 비행기를 타다가 사고가 났고 영국 최초의 항공사고 기록을 남기게 된다.

롤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로이스는 프랑스 남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요양하며 디자인 작업에 전념했다. 크루(Crewe) 등에 공장을 설립한 그는 이후부터 본격적인 롤스로이스 경영에 착수했다.

실버 고스트·20에 이어 팬텀까지…영국 왕실 ‘준남작’ 수여


1925년 출시된 팬텀 I. 제공 : BMW코리아

롤스로이스는 실버 고스트 이후 20(Twenty·1922-1929), 팬텀 I(Phantom I·1925-1929), 팬텀 II(Phantom II·1925-1936) 등을 선보이며 최고급 차로서의 전통을 이어갔다. 1922년 실버 고스트보다 작게 제작된 ‘20’은 롤스로이스 고유의 정숙성과 안락함, 손쉬운 조작기능을 간직하면서도 빠른 속도를 자랑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1925년에서 1929년 사이에 생산된 팬텀 Ⅰ은 파르테논 신전을 상징하는 웅장한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새로워졌다. 6800㏄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엄청난 성능은 물론이고 롤스로이스 전통의 품격있는 디자인과 ‘달리는 요트, 달리는 별장’으로 불릴 정도의 첨단장비를 갖췄다.

‘팬텀(Phantom·유령)’으로 명명된 배경도 이채롭다. 팬텀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 최고를 추구하라’는 사훈 아래 숙련된 엔지니어들에 의해 수작업으로 제작됐다. 이 때문에 시동이 걸린 상태라면 들려야 할 기본적인 엔진음이나 고속으로 달릴 때 바람이 내는 풍절음,실내 이음부분의 작은 잡소리까지 완벽하게 잡아낼 수 있었다. 유령처럼 소리없이 다가오고 달린다는 의미에서 ‘팬텀’으로 이름이 지어졌다고 한다. 로이스는 1930년 자동차 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 왕실로부터 준남작 지위를 받게 된다.

팬텀 시리즈는 이후에도 많은 사랑을 받으며 롤스로이스를 대표하는 모델로 변모했다. 팬텀 Ⅱ는 팬텀 Ⅰ의 전통을 고수하면서 보다 향상된 서스펜션 시스템을 장착했다. 짧은 섀시를 사용한 컨티넨탈(Continental) 모델도 함께 선보였다. 1936년에서 1939년 사이에 생산된 팬텀 Ⅲ는 7340㏄ 12기통 엔진을 장착해 시속 160㎞가 넘는 속도를 자랑했다.

팬텀 Ⅳ는 영국 왕실과 국가 원수들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모델이다. 1950년에서 1956년 사이에 단 18대만 생산됐다. 1959년에서 1968년 사이에 생산된 팬텀 Ⅴ는 실버 클라우드(Silver Cloud) Ⅱ에 바탕을 뒀으나 섀시는 더 길어졌다. 1968년 선보인 팬텀 Ⅵ는 7인승 4도어 리무진으로 런던 뮬리너 파크 워드(Mulliner Park Ward)에서 생산됐다.

1990년대 경영난 후 BMW가 인수…뉴 팬텀 등 명성 이어


1949년 발표된 실버 던. 제공 : BMW코리아

롤스로이스의 명성은 신모델의 잇따른 성공 덕분에 꾸준히 이어졌다. 1950년대 발표된 실버 던(Silver Dawn)은 최초로 섀시뿐만 아니라 차체까지 모두 롤스로이스에서 생산됐다. 압축 스틸 자체를 사용한 실버 던은 원래 수출용으로 만들어졌으나 후에 영국 내에서도 판매됐다.


1965년 선보인 실버 섀도우. 제공 : BMW코리아

1960년대 실버 클라우드(Silver Cloud) 시리즈는 6기통 엔진을 장착한 마지막 모델이자 롤스로이스 최고의 베스트 셀링 모델이 됐다. 이후 1965년부터 1980년까지 생산된 실버 섀도우(Silver Shadow), 1970년대 코니셰(Corniche), 1980년대 실버 스피릿(Silver Spirit) 등이 차례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한 때 벤틀리를 인수할 정도로 사세를 확장해 나가던 롤스로이스는 1990년대 들어 심각한 경영난에 빠졌다. 위기에 처한 롤스로이스를 두고 급기야 인수 경쟁이 벌어졌다. 1998년 치열한 경쟁 끝에 폭스바겐이 크루에 위치한 롤스로이스 자동차 공장과 벤틀리 이름 사용권을 인수하는데 성공했으나, 결국엔 롤스로이스 자동차 이름에 관한 권리를 획득했던 BMW가 롤스로이스 생산에 들어가게 됐다.


2012년형 팬텀. 제공 : BMW코리아

생산공장을 영국 굿우드로 옮긴 롤스로이스는 최고의 엔지니어들과 디자이너들이 전담팀을 꾸린 지 4년 만인 2003년 새로워진 ‘팬텀’을 내놓는데 성공했다. 2009년에는 모던하고 정교한 스타일의 ‘고스트(Ghost)’를 선보였고 올해는 6.6ℓ 12기통 트윈 터보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로 최고 624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는 ‘레이스(Wraith)’를 공개했다.


2013년형 고스트. 제공 : BMW코리아

롤스로이스에 대한 관심은 국내에서도 커져가고 있다. 지난 한 해 27대의 롤스로이스 모델이 판매됐고, 올해는 상반기에만 16대가 팔렸다. 국내 판매 중인 모델들의 판매가격은 최소 4억원에서 7억6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