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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뉴 530d 세단, 내면으로부터의 알찬 변화

최근 추세와 달리 BMW 5시리즈 마이너체인지에서는 외적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반면 완전 디지털식 계기판을 갖추었고 코스팅 모드가 지원되는 에코 프로 모드와 스타트-스톱 기본장비 등으로 효율을 높이고 새로운 장비를 얻는 등 내실을 기했다.


이번 마이너체인지에서 5시리즈의 외형은 거의 바뀌지 않았다. 잘 달리고 있는 말이라면 굳이 채찍질할 필요가 없다는 BMW의 치밀한 계산이다.

요즘 IT 업계에서는 한 달이 멀다하고 신제품이 쏟아져 나온다. 때로는 큰 기대를 걸고 구입한 신제품이 1년 만에 후속모델 등장으로 구형이 되어 원성을 듣기도 한다. 그만큼 시장 변화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동차는 전자제품처럼 모델 체인지 주기를 극단적으로 줄일 수 없다. 전략적으로 3~4년 만에 후속모델을 내는 경우는 있지만 최소 5년, 보통 6~8년 정도를 주기로 풀 모델 체인지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신제품 출시 후 3~4년 지나고 라이벌 신제품이 등장할 때가 최대의 위기. 그래서 이때쯤이면 스타일을 크게 바꾸고 신형 구동계나 장비를 얹는 대규모 마이너체인지로 상품성을 높이곤 한다.

코스팅 모드로 연비 더욱 개선

 

이번 신형 5시리즈는 적어도 외형적으로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 잘 달리고 있는 말이라면 굳이 채찍질 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이다. 시승 행사에서 만난 BMW 관계자의 이야기 역시 다르지 않았다. 프리미엄 시장 리딩 메이커의 패기와 여유가 아닐 수 없다.

신형 5시리즈의 익스테리어는 한국인 디자이너 강원규 씨의 손길로 다듬어졌다. “우리는 5시리즈를 완전히 새롭게 손보지 않았습니다. 날렵하고 스포티한 에지를 조금 부여한 정도에 그쳤지요”라는 회사 측의 설명대로 모델 체인지 전후의 차이점을 쉽사리 구별해내기 힘들다. 힌트를 주자면 범퍼 아래 좌우의 크롬 라인과 사이드미러에 기본으로 달린 깜빡이, 그리고 좀 더 검어진 리어 콤비네이션램프 정도. 신형 5시리즈 그란투리스모 역시 범퍼 크롬장식과 깜빡이 내장 사이드미러가 사용되었으며 리어램프 디자인의 변화는 조금 더 두드러진다. 해치 게이트 경계선을 따르던 윗부분의 L자형 단차가 부드러운 곡선으로 바뀐 것도 신형 5시리즈의 달라진 모습 중 하나다.


(좌) 인테리어에서는 아날로그 미터를 대신하는 LCD 계기판이 가장 큰 변화다.
(우) 5시리즈는 직접 운전해도, 뒷좌석에 앉아도 즐겁다.

인테리어에서는 새로운 디지털 계기판이 가장 눈에 띈다. 한때 유행처럼 사용되던 디지털 속도계와 타코미터가 사라진 후 아날로그 미터가 오랫동안 사랑받았는데 최근에는 고화질 LCD 모니터를 활용한 가상 계기판이 사랑받고 있다. 정교한 그래픽으로 아날로그 계기를 구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운전모드(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에 따라 디자인과 색상을 바꿀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에코프로 모드에서는 전체적으로 푸른 색상에 타코미터 자리 대신 이피션트다이내믹 게이지가 나타나고, 스포츠 모드에서는 디자인을 단순화하면서 빨간색으로 분위기를 돋우는 식이다.

구동계는 4개의 가솔린과 6가지 디젤 그리고 액티브 하이브리드까지 준비되어 다양한 시장과 고객층에 대응한다. 그 중 눈에 띄는 유닛은 새로운 엔트리 디젤과 개량된 V8 가솔린. 2.0L 직분사 디젤 터보 143마력의 518d는 시속 100km까지의 가속에 10초가 걸리지 않으면서(9.6초) 연비가 L당 20km에 육박한다. 반대로 M5 바로 아래 위치하는 550i의 V8 엔진은 직분사와 트윈 터보를 조합해 450마력의 최고출력과 함께 연비를 개선했다.


직분사 6기통 트윈 파워 터보 엔진은 성능과 효율의 밸런스가 뛰어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시승행사에는 이 두 엔진 모두 찾아볼 수 없었고 530d 세단과 535i 그란투리스모를 몰아볼 수 있었다. 두 엔진 모두 6기통으로 5시리즈의 중심 유닛이라고 할만하다. 게다가 이번 마이너체인지에서는 이피션트다이내믹스 개선으로 두 엔진 모두 연비가 좋아졌다.

이번 마이너체인지에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키워드는 바로 ‘효율’. 한마디로 외형보다는 내실을 기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다양한 신기술을 활용해 덩치에 걸맞지 않게 좋은 연비와 효율을 달성해온 BMW가 이번에는 스타트-스톱 기능을 전차종에 기본으로 달고 공기저항을 낮추는(Cd 0.25) 한편 코스팅 모드를 새롭게 추가했다. 에코 프로 모드를 선택하고 시속 50~160km 사이, 엔진 부하가 적은 상황에서 엔진과 구동계의 연결을 끊어 최대한 연비를 절약하는 기능이다. 에코 프로 모드는 말 그대로 모든 것이 효율 우선이다. 엔진 반응과 변속 타이밍, 코스팅 모드의 활성화는 물론 에어컨, 하다못해 열선 시트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절약에 초점을 맞춘다.

코스팅 모드 활성화를 몸으로 체감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에코 프로 모드는 액셀 반응을 최대한 늦추고 엔진회전수를 낮게 유지함으로써 연료소비를 줄이고 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이제 버튼을 눌러 스포츠 모드로 바꾸니 액셀 반응이 빨라져 BMW다운 성격을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한다.

E60부터 사용된 액티브 롤 스테빌라이저는 인위적으로 스테빌라이저를 비틀어 롤링을 줄이기 때문에 부드러운 댐퍼로 나긋나긋한 느낌과 재빠른 코너링을 양립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다이내믹한 성능을 추구하다보면 승차감에 손해를 보기 마련이지만 BMW는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자신들만의 영역을 완성해냈다. 기본적으로 달리기 특성은 마이너체인지 이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 ‘BMW라면 무조건 스포츠주행이다!’라는 고객들을 위해서는 단단한 M스포츠 댐퍼와 저속에서 스티어링 타각을 조절하는 액티브 서스펜션을 마련해 두었다.

530d 세단 시승차의 엔진은 직렬 6기통 3.0L 터보 258마력. 최대토크는 1,500~3,000rpm에서 57.1kg·m를 발휘한다. 뛰어난 방음성과 부드러운 승차감 때문에 그리 맹렬하지는 않다. 그래도 제원상 스펙은 0→시속 100km 가속 5.8초. 6기통 직분사 터보 가솔린의 535i와 동급의 가속력에 연비는 훨씬 앞선다. 국내에서는 가격을 낮춘 전략형 520d와 고가의 535d로 디젤 라인을 이원화했었지만 사실상 5시리즈에서 성능과 효율의 밸런스가 가장 잘 잡힌 모델은 530d라고 할 수 있다. 국내 BMW 고객들에게는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외적 화려함보다는 내실을 꾀하다

독일 이외의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사실상 맥을 못 추는 국내 고급 수입차 시장에서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의 독일차 삼파전은 점입가경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그 중에서도 뜨거운 격전지 중 하나가 바로 어퍼미들 클래스. BMW는 5시리즈라는 걸출한 전략병기의 파괴력을 살려 클래스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4년 만에 단행한 마이너체인지에서 그들은 외모를 거의 손대지 않고 효율개선 중심의 내실을 다지기로 했다.

어퍼미들 클래스의 오랜 숙적 관계인 BMW 5시리즈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가 최근 비슷한 시기에 마이너체인지를 단행했다. E클래스가 얼굴을 크게 뜯어고친 것과 달리 5시리즈는 외형상의 변화를 찾아내기 힘들 정도. 벤츠가 불타는 금요일에 어울릴 스모키 화장이라면 BMW는 비비크림만 바르고 수수하게 꾸민 아가씨처럼 보인다. 누군가는 무성의한 화장에 화를 낼지도 모른다. 하지만 본바탕이 훌륭하다면 과한 화장이 굳이 필요할까? 진한 화장이 오히려 미모를 죽이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행 5시리즈는 지난 2010년 3월 이미 100만 대 생산을 돌파했으며 판매 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금의 디자인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증거다. 개인적으로 이 차가 데뷔했을 때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각했었지만 4년 가까이 흐른 지금은 반대로 구형차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수석 디자이너 후이동크의 감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외모는 그대로지만 5시리즈는 여전히 베스트셀러가 될 자격이 충분하고도 넘쳐보인다.


디자인 변화 대신 내실을 기한 5시리즈는 베스트셀러가 될 자격이 여전하다.